이슈앤/ -도시 재생의 복잡한 방정식-
세운상가 재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보존' 대 '개발'의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선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경관 보존은 중요한 가치이지만, 개발을 무조건 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현실적인 목소리 역시 귀 기울여야 한다.
서울 도심 한복판의 이 오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래 도시의 경쟁력과 현실적인 안전 문제, 그리고 주민의 재산권이라는 복합적인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세운상가 일대는 1960년대 지어진 후 반세기 이상 노후화가 진행된 지역이다.
현재 건축물의 97%가 30년이 넘었으며, 건축물의 안전등급이 D등급을 받은 곳도 많아 붕괴나 대형 화재의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도시 행정의 입장에서, 이러한 노후 시설을 무기한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재개발은 단순히 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이 지역에 현대적인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새로운 산업과 인구를 유입시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 재생의 핵심 과정이다.
개발을 늦추는 것은 곧 이 지역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이자,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스스로 발목 잡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재개발 구역 내 토지주와 주민들은 2009년 오세훈 시장의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 지정 이후 15년 이상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은 막대한 금융 비용을 감당해야 했고, 노후된 상가에서의 수익성도 악화되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재개발 반대는 종묘 보존이라는 공익적 가치에 기반하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수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와 경제적 고통으로 전가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면, 그 부담에 대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보상과 대안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세운상가 재개발의 핵심은 종묘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개발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반대나 무조건적인 고층 개발이 아닌, 창의적이고 유연한 해법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제시한 '녹지생태도심' 구상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종묘와 남산을 잇는 대규모 녹지 축을 조성하는 것은 종묘의 세계유산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필요한 도심 속 휴식 공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운상가 재개발 논란의 답은 '반대'가 아니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통해 개발의 규모와 배치를 신중하게 조절하고, 종묘와 인접한 구역은 저층으로, 청계천 등 반대편은 적정 높이로 개발하는 등 입체적이고 섬세한 계획을 통해 보존과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슈앤 = 김창권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