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권 칼럼] APEC 근무 경찰 '노숙자 취급' 논란

김창권 대기자 / 2025-11-14 06:57:51
김창권 대기자

이슈앤/ 2025 경주APEC 정상회의에 투입된 경찰관들이 박스를 덮고 바닥에서 쪽잠을 자거나 열악한 도시락을 지급받는 등 '노숙자 취급'을 받았다는 논란이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의 폭로로 불거지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의 희생으로 이뤄진 국제 행사에서 정작 국가 공권력의 주체인 경찰관들이 인간다운 처우를 받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열악했던 APEC 현장 상황-

경찰직협이 공개한 사진과 증언에 따르면 현장 경찰관들의 근무 환경은 다음과 같이 매우 열악했다.

영화관 대형 스크린 앞이나 행사장 복도 등에서 박스나 폐지 상자를 깔거나 덮고 쪽잠을 자야 했다. 

모포조차 지급받지 못해 폐지를 줍는 이들에게 상자를 얻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급된 도시락이 찬밥에 부실했으며, 배달 지연이나 행정 착오로 식사가 누락되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했다는 것. 

일부는 사비로 밥을 사 먹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일부 경찰관은 낡은 모텔이나 산속 여관에 묵었으며, 화장실 문이 없는 통유리 구조인 곳도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경찰 수뇌부의 책임론 대두-

논란이 확산되자 경찰청 등 수뇌부는 다음과 같은 입장과 조치를 내놓았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현장 직원들의 근무여건이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며, 충분한 휴식과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경찰청은 공개된 사진 속 장소는 숙소가 아닌 근무 대기 공간이었으며, 대기 시간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하고 초과수당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호텔 연회장 등 실내 대기 공간 확보에 총력을 다했으나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행사가 끝난 후 직무대행이 미안한 마음을 전달했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무총리실은 앞서 "APEC 치안·안전 관계장관회의에서 처우 문제를 지적했으나 경찰청으로부터 문제없이 준비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총리에게 허위 보고를 했으며, 현장 확인 없이 탁상행정으로 일관한 경찰청 책임자를 경질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경찰 수뇌부가 1년 동안 준비한 세계적 행사에서 이처럼 기본적인 처우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것은 현장 경찰관의 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과 예산 집행 능력이 부재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경찰 직협은 지휘부 대상 직무 감사를 통한 전수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경찰 수뇌부는 논란 발생 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일부 해명을 내놓았지만, 사전에 부실했던 관리와 안이했던 대처에 대한 비판과 책임론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슈앤 = 김창권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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