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 사람들은 인생이 풀리지 않을 때 흔히 귀인(貴人)을 기다린다.
막힌 현실을 단번에 뚫어줄 구세주, 내 부족함을 대신 채워줄 완벽한 파트너를 말이다.
그러나 명리의 관점에서 볼 때,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 앞에 과분한 인연이 나타났을 때다.
상담을 하다 보면 흥미로운 조합을 자주 본다.
한쪽은 사회적 지위와 자본을 이미 확보했지만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중년(中年)이고, 다른 한쪽은 화려한 언변과 비상한 두뇌를 가졌으나 아직 검증되지 않은 청년(靑年)이다.
중년은 청년의 젊은 기세를 빌려 회춘(回春)하고 싶어 하고, 청년은 중년의 자본을 발판 삼아 비상(飛翔)하고 싶어 한다.
겉으로 보면 이상적인 상생(相生)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관계는 종종 동상이몽(同床異夢)을 넘어 적대적 공생으로 변질된다.
명리에는 무관(無官)의 사주라는 개념이 있다.
나를 통제하는 기운, 즉 관(官)이 없는 경우다.
이는 자동차에 브레이크가 없는 것과 같다.
평지에서는 누구보다 빠르다.
사람들은 그 속도에 열광하며 천재의 탄생을 말한다.
그러나 코너를 만나는 순간, 그 차는 멈추지 못한다.
그리고 그 파국에는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까지 함께 휩쓸려 들어간다.
자본을 댄 투자자는 종종 자신이 핸들을 쥐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수석에 앉아 속도에 취해 박수를 치고 있을 뿐이다.
제어되지 않은 재능은 칼과 같다.
요리사의 손에 들리면 생계를 살리는 도구가 되지만, 통제력을 잃은 손에 들리면 자신과 주변을 동시에 해치는 흉기가 된다.
그렇다면, 내 앞에 나타난 화려한 그 사람이 귀인인지 도둑인지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기준은 단 하나, 책임(Responsibility)이다.
진짜 귀인은 돈을 이야기하기 전에 시간을 나눈다.
성공의 청사진보다 실패의 시나리오를 먼저 꺼낸다.
최악의 상황에서 누가, 무엇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명확히 한다.
이것이 관(통제력)을 가진 사람의 태도다.
반면 가짜 귀인은 가능성만을 말한다.
“저만 믿으라”고 말하지만, 실패의 순간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그들에게는 성공의 엑셀만 있고, 책임의 브레이크는 없다.
지금 당신 곁에 유능하고 매력적인 파트너가 있는가?
그렇다면 냉정하게 자문해보라. 당신은 그 명마(名馬)의 고삐를 분명히 쥐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말등에 매달린 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끌려가고 있는가.
칼자루를 쥐지 못했다면, 그 칼은 쓰지 않는 것이 옳다.
남의 칼에 인생을 맡기기에는, 당신이 견뎌온 세월이 너무나 값지다.
[이슈앤 = 현담 칼럼니스트]




